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예술과 사회 이론』은 맥락주의 관점과 다원주의 태도를 취해요. 저자는 “예술과 사회 이론을 대등한 동반자”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순수예술-고급문화의 구분이나 ‘대중문화’, ‘저급문화’, ‘매스 컬처’를 차별 대우하지 않아요. 이러한 예비적 고찰을 기반으로 하는 본 책은, 제1장부터 제7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론의 맥락을 세밀하게 짚어냅니다. 덕분에 예술사회학 분야의 여러 쟁점과 흐름을 거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죠.

우선, 저자의 서술 방식이 책의 큰 장점으로 느껴졌어요. 단순히 이론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견해를 추가적으로 서술해서 그 이론의 한계를 짚어내거나 의의를 도출해 두었거든요. 각 이론의 연계성과 접점을 찾아 풀어내기도 하고, 사회학적 관점에서 발생한 예술에 관한 수많은 의문들에 대해 응답을 확인할 수도 있어요. 오스틴 해링턴만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셈입니다.

다영은 이 책을 통해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마르크스 본인의 저술은 많지 않다고 하는데, 이론을 공부할 때는 마르크스주의를 알아야만 그 다음을 공부할 수 있더라고요. 이를테면 레이먼드 윌리엄즈의 문화유물론은 마르크스주의에서 출발하면서도 다른 층위의 맥락을 형성해요. 이 외에도 20세기 이론가들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적 사유의 환원적 경향을 비판하곤 합니다. 이렇듯 마르크스주의가 예술과 사회를 둘러싼 이론에 미친 영향력을 책을 읽는 내내 실감하고 말았습니다.

한편 푸코, 데리다, 들뢰즈에 대해 언급한 제7장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들 사상가는 예술의 사회학을 제기한 것도, 예술 이론을 내놓은 것도 아니지만, 그들의 사유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슬로건이 되는 몇몇 주제와 연계될 여지가 있었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해요. 실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었어요. 연극이나 미술 작품을 볼 때 ‘포스트모더니즘적이다!’라고 생각될 때가 많거든요. 그때 해당 개념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사상가들의 논의가 있었고요.

마지막으로, 발문으로 실린 김문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글에서는 예술사회학(사회미학)이 갖는 학제 간 접근이라는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연구자나 독자에게 중요한 것은 예술과 사회학을 어떤 비중으로 견지할 것인지의 태도구나, 생각하게 됐고요. 책을 다 읽고서 나서 보니 예술사회학은 인간과 사회, 즉 우리에 대한 고찰에서 비롯되는 학문이더라고요. 다영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가 어쩌면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을까,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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