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농구팀의 한 선수는 최근 슬럼프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죠. 하지만 팀 동료들은 그를 믿고 매일 방에 찾아가 위로하고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합니다. 결국 이 선수는 2023년이 지나가기 전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고 축하의 물세례를 맞았죠. 워낙 타고난 기량이 좋은 선수이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살아나기도 했겠지만, 전 주변 사람들의 믿음과 말 한마디가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2024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한 번이라도 더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우선 이 말부터 해야겠죠...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갈라 포라스-김: 국보》 @리움

🖼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리움 (리뷰)

🖼 《노은주 개인전: Knot to Leaf》 @챕터투

🖼 《빅토르 바자렐리: 반응하는 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생태적 전환: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 필름 스크리닝 @리움 (리뷰)

🖼 《Kohei Nawa: Cosmic Ssensibility》 @페이스갤러리

🖼 《My Private Collection》 @도잉아트

🖼 《the Shape of Time: Moving Images of the 1960s-1970s》 @현대카드 스토리지

🎭 〈신파의 세기〉 @대학로극장 쿼드

🎞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리뷰)

📚 린다 노클린,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아트북스, 2021

📚 서울시립미술관, 『미술관에 다가갈 수 있나요?』, 서울시립미술관, 2023

📚 정강자, 『(Art cosmos) 정강자』, 서문당, 2011

이번 레터에는 새해를 맞아 지난 일 년간 민선과 다영이 관람한 전시와 공연을 결산합니다.

🔁 2023년의 관람 습관을 돌아 본다면?

민선  저는 올해 전시 79개를 봤습니다. 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리는 기간에는 월요일과 평일 중 하루를 쉬는데요. 퐁당퐁당 휴무를 갖고 있다 보니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많은 미술관이 여는 평일 휴무일엔 전시를 하나라도 보려고 노력했어요. 공연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다영이 함께 보자고 했던 작품만 있는 것 같네요. 내년에는 연극과 뮤지컬에도 좀 더 도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다영  저는 올해 공연 69개, 전시 34개를 봤습니다. 제 인생에서 최고로 양치기를 많이 한 해예요. 🤦 일 때문에 연극과 무용을 열심히 보게 됐거든요. 공연만 해도 일주일에 한 편 이상 본 셈인데요. 공연은 주로 평일에, 전시는 주로 주말에 봤어요. 아무래도 주말에는 나오기가 귀찮아서인지 퇴근길에 들러 공연을 보는 게 좋더라고요. 본 공연 중 절반 이상이 연극이고, 그다음이 무용, 뮤지컬, 클래식, 콘서트 순입니다. 전시는 2/3가 민선과 보러 간 거네요. 전시를 꾸준히 본 건 민선 덕입니다. 😙

⚡️ 올해 기억에 남는 전시와 작품

민선  올해 재밌게 본 전시가 너무 많아서 고민했는데 국제갤러리에서 본 이우환 개인전을 뽑아야 할 것 같아요. 사실 그 당시 이우환 작가의 작품에 무뎌지면서 ‘알고 있던 작품들이 모여 있겠지’하고 무덤덤하게 전시실에 들어갔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갤러리 2층에 있던 〈관계항〉 시리즈를 보고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어두운 공간에 놓인 돌의 모습이 갖고 있던 묘한 흡입력과 전시실에 들어서며 탄성을 내뱉던 관람객들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요. 멍하니 작품을 바라보며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다영  연극 〈보존과학자〉. 이 공연을 끝으로 백성희장민호극장은 문을 닫았는데요. 마침 무엇이 남고 사라지는지에 대해 다루는 연극이었기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또.. 지금아카이브의 연극 〈결투〉도 좋았습니다. 겪어본 적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해줘서 여운이 가득한 채로 극장을 나온 기억이 생생해요. 뮤지컬 중에선 〈모차르트〉가 생각나네요! 막공을 본 터라 다음 시즌을 오매불망 기다리게 됐거든요.

🔂 가장 많이 본 작가/연출/배우는?

민선  정확한 수치를 가늠해 보지는 않았지만, 체감상 가장 자주 본 작가는 이희준, 황원해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두 작가는 건축적인 요소를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요. 이희준 작가의 작품에서는 물감의 도톰함과 스퀴지가 지나간 흔적, 색 조합을 살펴보는 걸 좋아하고요. 황원해 작가의 작품에선 건물의 원형을 상상하고, 작가가 세밀하게 묘사해 둔 부분부분을 뜯어보는 걸 좋아해요.

다영  정진새 연출의 작품을 많이 봤습니다. 여름에 했던 〈너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는 런스루 연습을 참관하고서 본 공연을 봤었고, 겨울에 올라온 〈신파의 세기〉는 11월에 한 번, 12월에 한 번 보았어요. 연출님의 작품에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터무니없는 말장난이 섞인 대사가 많아서 속절없이 웃게 돼요. 🤭 전 이제 어디 가서 자신 있게 연출님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 2024년에는 이렇게 보겠다! 다짐 한 마디

민선  비가 왕창 온 8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의 전시를 봤어요. 절대적인 양이 많다고는 못해도 꾸준히 일정한 양의 전시를 보는 힘을 잘 기른 것 같아요. 그런데 전시를 보고 나서 인스타그램에 정리하거나 노션 ‘Artist’ 탭을 너무 들쭉날쭉 채운 것 같아서 아쉬워요. 심할 때는 몇 주 뒤에 업로드 한 적도 있거든요. 2024년에는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챙겨 다니면서 전시를 본 직후에 후기를 쓰고 업로드까지 끝내고 싶어요. 계획형 인간이지만 게으른 인간이기도 해서 과연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000에 이렇게 적어버렸으니 지켜야겠죠? 👀

다영  올해까지만큼은 아니어도 계속해서 부지런히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가는 길에 귀찮아하지 말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젊은 창작자들의 불편하지 않은, 메시지가 잘 벼려진, 저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작품을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뾰족한 작품을 찾아 다녀 보려 해요. 마지막으로는 저 역시 리뷰 쓰기에 소홀했기에, 새로 만든 계정에 부지런히 기록하기를 이번 글을 빌려 다짐해 봅니다. 📝

000 뉴스레터를 시작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어요! 22통의 레터를 보냈고, 이제 104명의 구독자분과 함께 하고 있네요. 올해도 부지런히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