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없는 곳으론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은 계절이 왔습니다. [000 뉴스레터]
여름아! 부탁해 ⛱️
Vol.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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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없는 곳으론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은 계절이 왔습니다. 이번 여름은 유독 폭우가 내렸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요. 요령 있게 비를 피하고 싶어서 기상청에 접속해 초단기 예측에 있는 구름 그림을 열심히 찾아보는데요. 구름과 비가 기상청 관측소와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건지, 예보가 영 부정확해서 그냥 매일 우산을 들고 다니는 중입니다. 8월에도 비가 많이 온다면.. 그냥 시원한 실내에서 책이나 열심히 읽어 보렵니다. 📚
- 민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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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
7월 1일부터 31일까지 본 공연, 전시 등의 콘텐츠를 추렸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원 픽’은 볼드체로 표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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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해 개인전: Hydra Square》 설치 전경 (촬영: 김민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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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 《오자현 개인전: 젖은 초록의 자국》 @통의동 보안여관
🖼 《이주영 개인전: 언어-되기》 @통의동 보안여관
🖼 《정주원 개인전: 팽팽한 위로와 안 웃기 농담들》 @통의동 보안여관
🖼 《황원해 개인전: Hydra Square》 @더 레퍼런스
🎞 인사이드 아웃 2
📚 구구, 서해인, 『작업자의 사전』, 유유히, 2024
📚 김신회, 『아무튼, 여름』, 제철소, 2020
📚 조예은, 『입속 지느러미』, 한겨레출판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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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
🎭 〈고통의 입기〉 @연희예술극장
🎭 〈당연한 바깥〉 @두산아트센터 Space111
🎭 〈서양 극장 속 한옥〉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 〈성공적인 직업생활〉 @선돌극장
🎭 진천이 추천하는 진천 추천연극 〈진천사는 추천석〉 @여행자극장
🎭 〈EDEN〉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 〈FLASH〉 @김성훈댄스프로젝트
🎭 〈Sfumato〉 @플랫폼엘 플랫폼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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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이번 레터에는 다영이 보고 온 연극 〈당연한 바깥〉에 대한 리뷰를 싣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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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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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진 경계를 집어삼킨 균열 🌪️
— 〈당연한 바깥〉 @두산아트센터Space111
연극은 한 탈북자가 중국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 앞에서 공안에 체포된 것에서 시작합니다. 한국 정부는 여자와 아이의 북송을 막아주는 대신, 여자에게 수십 년 전 납북된 사람인 것처럼 허위로 기자회견을 해줄 것을 제안해요. 아이를 만나기 위해 제안을 승낙한 그녀는 이후 필리핀으로 추방되고, 아이를 만나기 위해 라오스로, 그리고 임무를 해내기 위해 다시 북한과 중국으로 향하게 되죠. 그러면서 여자가 탈북 브로커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의사, 정보기관 직원 등 주변 인물들의 정체 또한 하나 둘 드러납니다. 🔍
저는 ‘국경’이라고 하면 어릴 적 가봤던 DMZ를 떠올리곤 하는데요. 아주 굳건해서 절대 넘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유럽에 가서 기차를 타니 아무런 확인 없이 국경을 넘어가더라고요. 😮 연극에서도 어떤 인물은 정말 쉽고도 태연하게 국경을 넘나들고, 어떤 이는 국경을 넘고서도 자신의 삶 전부를 내어놓고 다시 안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합니다. 〈당연한 바깥〉은 이처럼 경계의 다면적인 특성을 생생하게 다뤘어요. 극이 진행될수록 어디가 ‘안’이고 ‘바깥’인지, ‘안’과 ‘바깥’이란 게 본래 존재하긴 했던 건지 모호해집니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북한에서 남한으로의 이동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바깥’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탈북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국, 정치적 상황에 따라 여자가 추방된 필리핀, 아이가 추방된 라오스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거든요. 🗺️ 무대라는 한 공간 위에서 여러 장소가 펼쳐지니, 각 나라 간의 구분은 자연스레 흐려지고 그 땅들을 딛고 선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념적 갈등과 적대심이 가득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주어진 상황에서 거부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결정을 내리는 인물들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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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바깥〉은 요컨대 다섯 명의 사람들이 좁은 길을 오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긁히는 시간을 보내며, 국가와 국가 사이, 삶과 죽음 사이 서로를 ‘분단’하는 선(線)들이 잠시나마 함께 거할 수 있는 면(面)이 되는 순간들을 발생시키는 이야기다.” (〈당연한 바깥〉 별책 중에서)
_드라마터그 전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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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반부, 건강 상태를 묻는 의사의 질문에 여자는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불안하다고 말해요. 그리고 결말에 이르면 모든 인물들이 땅의 흔들림을 느끼게 되죠. 공연은 굉음과 흔들림이 극장을 가득 덮은 채로 끝이 납니다. 여자만이 감지했던 균열이 마침내 모두를 집어삼켜버린 것 같았달까요. 무대 위 인물들뿐만 아니라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마저도요! 균열이 만들어낸 암흑, 그다음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감각을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산재된 균열을 똑똑히 지켜봐야만 한다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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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개요 -
[제목] 당연한 바깥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연 정보] (URL)
[관람 일시] 2024-0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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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
이 달의 볼 만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사심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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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K 서울에서 미국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 카일리 매닝(Kylie Manning)의 전시 《황해》가 열립니다. 작가는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순간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그림을 주로 그리는데요. 어린 시절 알래스카와 멕시코의 해안을 오가며 자랐고, 알래스카 연어잡이 배에서 일하기도 했던 작가가 선보이는 바다 풍경이 전시실을 가득 채웁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에 맞춰 제작된 대형 천 작품 세 점도 공개될 예정인데요. (무려 7미터 크기!) 관람객들이 다섯 갈래로 나뉜 대형 천 사이를 지나다닐 수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카일리 매닝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해요. 😎 8월 8일까지 얼리버드 티켓 판매가 진행된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예매 잊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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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처럼 구독자분들도 각자의 여름 나기 방법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여름아! 부탁해 노래를 들으며 통영으로 휴가를 가려고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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